젊음을 찍어 그린 잔줄마다 누명이 끼어 있다 굴러다니는 꼬챙이 하나 집어다가 까맣게 후비면 찬 복도에 세워 놓은 애가 여직 참다 뭉그러져 운다 긁어낸 덤터기는 한데 모아 정성껏 빚는다 길게 뭉친 몸뚱이 위에 텅 빈 머리통을 얹는다 기도할 것이 있는데요 머리를 조아렸더니 어째 모양새가 우스꽝스럽다 사소하고 꾀죄죄한 신이 나를 우러러본다 오늘 우리 애가 저지른...
집구석 에린 것들 다 잠에 취한들 홀로는 잠 못 드는 젖먹이 하나 등에 업고 나선다 싸리문 채 열기도 전에 발깍 성을 내는 건 옆집 김 씨 아자씨다 요 쪼맨헌 마을에 역병이 웬 말이요 죄 의심벵이 들었는가 하이껀 우린 들인 적 없으니 말 얹지 마시오 늦은 만큼 가쁘게 말루 한 구석까지 동동걸음을 친다 발짝마다 걸거치는 곡소리는 뒷집 박 씨 아지미다 근자에 ...
22-10-17 네 가장 나쁜 버릇은 나의 사철을 뒤죽박죽 섞어 놓는 거야. 봄꽃이 필 자리엔 서리가 내려앉고, 겨울밤이면 하늘에 달 대신 열대야가 걸리더라. 22-10-18 완전하면 그게 사랑이에요? 여기저기 까지고 깨지고 부서지고 상하고 망가진 것들이 사랑이지. 약을 먹어도 안 떨어지는 먼지 알레르기 같은 거 있죠. 22-10-19 기어이 입에서 나무가...
I could drink your blood if you let me, baby 당신이 허락해 준다면, 난 당신의 피를 마실 수 있어요. Hang from your rafters, patchwork & paisley 페이즐리¹ 무늬로 기워진 당신의 지붕 아래²에 매달린 채 I could suck you dry on the rocks with a tw...
슈미트는 고작 양배추 몇 조각이 둥둥 떠 있는(영양가라곤 고려하지 않았을 게 뻔한) 묽은 스프를 숟가락으로 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. 이제는 눈을 감고도 단숨에 그려낼 수 있는 얼굴들이다. 서로의 나이 차이가 적지는 않았지만, 매년 하루도 빠짐 없이 서로를 마주하고, 인사를 나누고, 식사(라고 이름 붙이기도 싫은) 시간이면 이렇게 둘러 앉아 주린 배를 ...
……. (전략) 그 남자는 유능한 광대이자 우리 마을의 자랑거리였다. 그는 절대 인정하는 법이 없었지만 꽤 먼 곳에서도 행사를 할 때면 그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해 올 정도였다. 마을 사람이라면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그를 사랑했다. 그는 모두에게 친절했고 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기분 좋은 웃음을 건넸다. 그래서였을까. 일가족 ...
Nicholas J. Arnstein (56세, 목사) 그 아이는 저희가 도착했을 때도 옷장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. 그곳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떼면 마치 세상이 끝나기라도 할 것처럼. 두려워 할 게 없다는 걸 반복해서 일러 줘도 잔뜩 겁에 질린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죠. 당연한 소리겠지만 옷장에서 나온 아이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어요. 머리는 거의...
왜 그런 짓을 했는지 묻는 건 너무 식상하겠죠? 제대로 대답할 정신도 없는 것 같고.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. 적어도 아직까지는 살아 있잖아요.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넘어가긴 아쉽네. 왜 죽였어요? 그냥 죽인 것도 아니고 거의 곤죽을 만들어놨다면서요. 본래의 얼굴은 남아 있지도 않게. 다신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게. 웃음을 팔아 겨우 빌어 먹던 여자들이...
<본제품을 사용하기에 앞서 첨부된 사용설명서를 필히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.> 1. 사용하기 전에 - 구매하신 키트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부터 사용할 수 있습니다. 특히 어린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시기 바랍니다. - 타인에게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사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. - 사용시 나타날 수 있는 증상: 발열, 오...
호랑이에 관한 설이라면 아주 오래 전의 것부터 하여 그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. 내가 아는 이야기들만 세어 보더라도 손가락이 한참은 부족하다. 어찌 그 방대한 세계를 이해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그저 자연히 알게 되었다고 대답할 수밖에. 난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어렸을 적에 부모님을 여의었고, 홀로 생활하시던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다. 오래도록 혼자서 지내셨던...
1. "응, 별일 없어. 그냥 일이 좀 바빠져서." "아니야, 그런 거. ……. 알겠어. 안 까먹었어. 알겠다니까." "내일 출발하기 전에 연락 드릴게요." 통화 종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화면에 떠오른 후에야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. 휴대폰은 침대 위로 던져 버리고. 커피 테이블 위에 잠시 엎드린 채 머릿속을 정리해 보려 했지만, 잘 되지 않았다. 천천히 몸...
우리 같이 바다를 거닐었던 밤, 기억해요? 뭐가 떠올라요? 난 물이 밀려 들어올 때마다 피어나던 새하얀 꽃이 생각나요. 파도라는 말 대신, 난 그걸 바다꽃이라 불러요. 발가락 사이사이로 들어오던 모래알도 잊을 수 없어요. 포근하고 따뜻했어요. 아마 평생토록 기억하게 될 거예요. 우리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날개를 길게 펴 날아다니던 새들도 기억나죠? 그 새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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